(출처: 화웨이)
화웨이는 오랜 기간 미국의 대중 제재로 5G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다. 한때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화웨이가 스마트폰 업계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이유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5G AP ‘기린 9000S’를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화웨이가 살길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기세를 몰아 동일한 칩을 탑재한 폴더블폰을 연달아 출시했다. 올해에는 ‘기린 9010’이라는 새로운 칩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푸라 70 시리즈를 선보였다. 푸라는 기존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P 시리즈를 잇는 제품이다.
화웨이, 또다른 칩 ‘기린 9010L’ 만들었다
(출처: 화웨이)
화웨이가 기린 9010L이라는 새로운 칩을 개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5월 20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wccf테크(wccfTech)는 화웨이가 이달 중순 출시한 ‘노바 12 울트라 스타 에디션’에 기린 9010L이라는 칩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기린 9000S 때부터 프로세서의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린 9010L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기린 9010L 사양은 노바 12 울트라 스타 에디션 구매자들이 알아낸 것이다. 중국판 X 웨이보,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 사용자들에 따르면 기린 9010L은 기린 9010 사양을 낮춘 다운그레이드 제품이다.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수가 줄었고, 최대 클럭도 낮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당연한 결과다. 푸라 70 시리즈는 화웨이 플래그십, 노바 12는 중상급 라인업이다.
기린 9010L, 사양 어떻길래
(출처: Huaweicentral / Bilibili)
기린 9010L CPU는 ‘2+4+3’ 구성으로, 총 9개의 코어를 지니고 있다. 2.19GHz 고사양 코어 2개, 2.18GHz 중급 코어 4개, 1.40GHz 효율 코어 3개를 탑재했다. 원판인 기린 9010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사양이 뒤떨어진다. 기린 9010 코어는 ‘2+6+4’ 구성이다. 2.3GHz 고사양 코어 2개, 2.18GHz 중급 코어 6개, 1.55GHz 효율 코어 4개를 탑재했다.
최대 클럭 수가 높을수록 연산 속도가 빠르고, 코어 수가 많으면 다중 작업에 유리하다. 기린 9010L은 두 요건 모두 기린 9010에 밀린다. 저사양 변형 모델이라는 의미다.
(출처: Gizmochina)
일반 노바 12 울트라는 기린 9000SL이라는 프로세서가 탑재했다. 기린 9000SL은 지난해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기린 9000S 저사양 모델이다. 기린 9010L은 이 프로세서와 닮았다. 전체 CPU 코어 수가 9개로 동일하다. 코어 구성은 조금 차이가 있다. 기린 9000SL은 중급 코어가 1개 더 적은 대신, 효율 코어가 1개 많다.
아쉽지만 그 외 사양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린 9000S와 기린 9000SL은 CPU 구성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사양을 지녔다고 알려졌다. 기린 9010과 기린 9010L도 전례를 따를 듯하다. 기린 9010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7나노(nm,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기린 9010L 역시 같은 공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성능은 좋지 않을 듯
긱벤치 6 점수 비교 (출처: Notebookcheck / @negativeonehero)
기린 9010L의 성능은 생각보다 좋지 않을 듯하다. 상위 모델인 기린 9010 성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웹사이트 긱벤치(Geekbench)에 기린 9010 점수가 등장했다. 당시 프로세서의 점수는 싱글코어 1446점, 멀티코어 4524점에 그쳤다. 이는 2~3년 전 출시된 퀄컴 플래그십 AP와 비슷한 수준이다.
퀄컴이 2022년 선보인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의 경우 싱글코어 1738점, 멀티코어 4589점을 기록했다. 기린 9010 대비 싱글코어는 300점 앞서고, 멀티코어는 대등하다. 기린 9010 최신 퀄컴 플래그십 프로세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현역인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싱글코어 2310점, 7327점이었다. 기린 9010보다 60%가량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이외 기린 9010은 전력 소비량, GPU 성능 모두 구형 퀄컴 프로세서를 뛰어넘지 못했다. 기린 9010 열화 모델인 기린 9010L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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