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AI 기술을 직접 경험하며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론 해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한계가 아쉽게도 느껴졌다. 비록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는 해도 완벽히 한국화되지 않은 기술에서 오는 제약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머지않아 마음껏 한국어로 AI와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예정이다. 네이버가 국내를 거점으로 한 한국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난달 24일 개최된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 23’에서 네이버는 한국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X’, 그리고 검색 서비스 ‘큐(Cue:)’를 공개했다.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로 기존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사용자들의 니즈에 충족하는 답변을 제공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개인, 창작자, 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확장된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검색, 쇼핑, 예약, 길 찾기, 결제, 리뷰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한 네이버는 강력한 인프라와 수십 년간의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양질의 데이터와 기술력, 여기에 한국에 대한 이해까지 모두 갖췄으며, 연구해온 AI 기술을 즉시 자체 서비스에 적용해 검증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이런 역량을 증명이라도 하듯 네이버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HyperCLOVA X)
가장 먼저 AI를 활용한 여러 서비스의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가 있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GPT-3.5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학습했다고 하며, 한국의 문화는 물론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 역사 같은 로컬 기반 정보도 모두 적용해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으로 전문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영업수익의 22%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최근 5년 동안 AI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왔다. 생성형 AI가 관심받기 훨씬 이전부터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착수해 2021년 하이퍼클로바 개발에 성공하고, 누적 이용 수가 3천만 건이 넘는 클로바 노트(음성 데이터를 손쉽게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 하루 2억 1천만 건의 번역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통번역 앱 파파고, 네이버 쇼핑 이용자 중 84%가 사용하는 AI 추천 서비스 등 여러 자체 인프라 안에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과정도 거쳐왔다.
그 결과 한 걸음 더 성장한 하이퍼클로바X는 사용자 서비스 경험의 향상은 물론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등 모든 분야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이는 ‘올라운드 생성형 AI 서비스’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한국인과 대화하는 듯한 클로바X (CLOVA X)
더욱 막강해진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X는 쉽게 말해 한국형 챗GPT라 할 수 있다. 사용자와 대화하며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사업 제안서 초안을 작성한다거나 여행 일정표 작성, 고민 상담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다.
보고서 목차 작성, 어려운 논문 작성 시 거쳐야 할 프로세스, 초보 자취러가 원룸 계약 시 주의해야 할 내용 등 어떤 분야의 주제를 요청해도 막힘없이 단 몇 초 안에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며, 네이버 쇼핑 및 여행 정보를 활용하는 ‘스킬’을 선택하면 상품 비교나 여행지, 숙소 추천 등의 정보도 자세히 얻을 수 있다.
아직 친근한 대화보다는 정보성 대화의 성격이 강하지만, 답변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복잡한 질문도 곧잘 이해해 원활하게 대화가 진행된다.
국내에 특화되어 훨씬 도움되는 답변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인 물건을 파는 사이트를 만들 때 어떤 플랫폼이 좋을지 묻는 질문을 빙챗(Bing Chat)과 챗GPT, 네이버 클로바X에게 각각 해보았더니 빙챗은 쇼피파이, 윅스, 빅커머스 등 해외의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홈페이지 제작 사이트를 알려줬고, 챗GPT는 전용 웹사이트 구축,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이용, 중개 서비스 이용 등 해외 플랫폼 선택 방법 등을 알려줬다.
(▲ 제품 판매 플랫폼에 대한 챗GPT 답변)
(▲ 제품 판매 플랫폼에 대한 빙챗의 답변)
(▲ 제품 판매 플랫폼에 대한 클로바X 답변)
그에 비해 클로바X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파트너스 등 국내 플랫폼 위주로 추천을 해주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한국말 표현도 자연스러워 이해가 빠르다.
불법주차 시 범칙금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에도 클로바X는 일반도로, 버스전용차로, 어린이보호구역일 때의 각각에 대한 범칙금 금액을 정확히 알려주는 반면, 챗GPT는 금액 대신 위반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규정이나 위반 장소, 벌점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빙챗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혀 관계없는 답변을 했다.
단순한 대화 외에 다양한 기능도 추가된다. 대화 중 유용한 내용을 기록으로 저장해두는 ‘디스커버리’는 최대 50개까지 만들 수 있는데, 왼쪽 메뉴바에 비슷한 내용끼리 카테고리를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는 추후 저장해둔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 문서 작성 등의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거대언어모델과 사용자 개인의 문서 정보를 연결해 더욱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한 ‘커넥터’ 기능 역시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차세대 검색 서비스, 큐(Cue:)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검색 서비스인 큐:(Cue:)는 깊이 있고 어려운 질문도 척척 이해하고 복잡한 내용의 질문도 그 의미를 파악해 답변한다.
쇼핑, 커뮤니티, 지도(위치), 지식 백과, 페이 등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정보를 모두 활용하기에 대화만으로 검색부터 예약이나 구매까지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매장이나 위치의 상세한 정보와 특징을 제공하는가 하면 여러 제품의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
큐:는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이 포함된 정보의 출처를 수집하며 답변과 출처의 사실성 일치 여부를 판단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치기에 기존의 AI 서비스들과 달리 높은 신뢰성을 지닌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내부 테스트 결과 해당 기술 탑재 후 생성형 AI 서비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72% 줄었다고 설명했다.
큐: 서비스는 이번 달 중에 베타서비스를 시작해 11월부터 네이버 검색에도 순차적으로 통합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 밖에도 네이버는 콘텐츠 소재 추천, 초안 작성, 첨삭 등이 가능한 창작자를 위한 글쓰기 툴 ‘CLOVA for Writing’과 사용자에게 브랜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생성형 AI 광고 서비스 CLOVA for AD,’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위한 ‘CLOVA X 스마트프토어센터’, 개발자들의 업무를 혁신적으로 바꿔줄 ‘Project Connect X’ 등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개인/기업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초거대 AI의 등장. 비록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네이버이지만, 이미 검색, 쇼핑, 뉴스, 학습, 리뷰, 엔터테인먼트 등 일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바꿔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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