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열풍 편승…필름카메라 ‘펜탁스 17’ 공개

박진수 에디터 2024.06.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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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 편승…필름카메라 ‘펜탁스 17’ 공개

리코이미징 산하 카메라 브랜드 ‘펜탁스(Pentax)’가 6월 17일(현지시간) 신제품 필름 카메라 ‘펜탁스 17’을 발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스마트폰의 발달로 디지털카메라 시장마저 위축된 상황에서 필름 카메라를 공개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펜탁스는 젊은 세대 크리에이터와 연예인을 중심으로 필름 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카메라 사용자 3000명 중 약 20%가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필름 카메라를 지금까지 생산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중고 카메라와 얼마 남지 않은 재고 필름을 구입하는 상황이다. 이에 펜탁스는 2022년 12월 소비자가 계속해서 필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고 사후 지원까지 책임지는 ‘필름 카메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퇴한 엔지니어도 협력, 구형 부품 재생산해 개발

펜탁스도 필름 카메라를 만든 경험은 있지만 신제품을 덜컥 내놓긴 어려웠다. 이번에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비화에 따르면, 펜탁스는 이미 은퇴한 카메라 엔지니어와 연락해 제품 설계를 상담하고 오래전에 생산을 중단한 부품을 다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베테랑 전문가가 가진 기술 지식과 경험을 현직 기술자와 공유함으로써, 일부 기능이 자동화되고 수동 조작도 가능한 필름 카메라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몇몇 부품은 기존 카메라에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플래시와 셔터 버튼은 펜탁스 KP에 사용된 부품과 같고, 필름 레버는 오토 110 모델에 탑재한 부품을 사용했다. LX 타이탄 75년 스페셜 에디션에 사용했던 도료로 바디를 칠했다.

일체형 렌즈 탑재한 하프 프레임 카메라 ‘펜탁스 17’

펜탁스 17은 필름 한 컷을 2번 사용하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다 (출처 : Pentax)

필름 카메라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첫 번째 제품 ‘펜탁스 17’은 하프 프레임 필름 카메라다. 하프 프레임은 필름 한 컷을 둘로 나눠 사진을 두 장 찍는 카메라를 가리킨다. 펜탁스 17에 사용하는 35mm 필름 한 컷의 크기는 24x36mm인데, 이를 둘로 나누면 17x24mm 크기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36컷짜리 필름 한 통으로 사진을 72장 찍는 셈이다.

카메라용 필름이 희소해지면서 가격이 오른 만큼, 펜탁스 17 같은 하프 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하면 필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단, 하프 프레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종횡비는 일반적인 사진과 달리 세로로 길다. 인물 사진에는 세로로 긴 종횡비가 어울리지만, 가로로 긴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90도 돌려 세운 상태로 촬영해야 한다.

펜탁스 17에는 25mm F3.5 트리플렛(Triplet) 렌즈가 일체형으로 탑재됐다. 환산 초점거리는 약 37mm다. 기본적인 렌즈 구조는 1994년 출시한 필름 카메라 에스피오 미니(Espio Mini)와 같지만 하프 프레임 촬영에 적합하도록 재설계했다. 전면에는 40.5mm 나사식 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최신 카메라답게 자동화된 기능도 있다. 펜탁스 17에는 측광 센서가 탑재돼 사진의 밝기를 알아서 제어한다. 촬영 환경이 얼마나 밝고 어두운지 인식해 셔터 속도를 1/350초에서 4초까지 자동으로 조절한다.

아쉽지만 자동 초점(AF)은 지원하지 않는다. 사전 설정된 6가지 초점 거리 중 적합한 옵션을 사용자가 선택해 초점을 대강 맞추는 방식이다. 초점 거리는 초점 링 상단에 그림으로 표시돼 있는데, 각각 △풍경 △풀 샷(Full Shot) △니 샷(Knee Shot) △버스트 샷(Bust Shot) △클로즈업 샷(Close-up Shot) △매크로(Macro) 촬영에 대응한다. 최소 초점 거리는 25cm로 알려졌다.

가격 약 500달러, 후속 제품도 기대할 만할까
펜탁스 17은 이달 말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499.95달러(약 69만 원)로 책정됐다. 이날 소식을 보도한 해외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48년 된 100달러짜리 카메라 펜탁스 K1000에서도 가능한 렌즈 교환이나 초점·노출 수동 제어 기능이 이 제품에는 없다”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신제품인 만큼 제조사 보증이 적용되며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한편 펜탁스는 필름 카메라 프로젝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향후 다른 제품을 계속 출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으로 출시할 필름 카메라는 DSLR용 렌즈와 호환되거나 더 큰 필름을 장착할 수 있길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