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고급형 ‘비전 프로 2’ 출시 미룬다
미국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애플 비전 프로 2(Vision Pro 2) 개발 중단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6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부품 생산 업체로부터 최근 애플이 비전 프로 작업을 중단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애플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배정 인원을 점차 줄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비전 프로 후속작을 출시하지 않는 건 아니다. 게다가 ‘저가형’ 비전 프로는 여전히 개발 중으로 전해진다.
비전 프로는 출시 직후부터 인기가 상당했다. 미국에서는 사전 예약 3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오프라인 판매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애플스토어에서는 새벽부터 건물 뒤까지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최소 3499달러(약 470만 원)부터 시작하는 높은 출고가는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높은 장벽이다. 액세서리를 추가하거나 저장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무게도 문제다. 본체 무게는 약 600g을 웃돈다. 라이트 씰(Light Seal)이나 헤드 밴드에 따라 무게가 더 나가기도 한다. 배터리 팩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353g 외부 배터리 팩을 항상 연결해야 한다.
애플은 이를 보완해 저렴한 비전 프로를 출시하려는 듯하다. 지난 2022년부터 코드명 ‘N109’ 하에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금액은 1,600달러(약 220만 원)로 예상된다. 아이폰 프로 맥스에 준하는 가격대다.
가격을 낮추려면 스펙 다운그레이드는 불가피하다. 일단 디스플레이 사양은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전 프로 내부에는 소니 올레도스(OLEDoS) 패널을 사용한다. 크기는 우표와 비슷하지만, 해상도는 4K가 넘는다. 하지만 제조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가격이 비싸 저가형 비전 프로에 똑같이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로세서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비전 프로는 M2 칩과 R1 칩을 함께 사용 중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아이폰 프로세서와 통일한다고 전해진다.
무게는 부품 소재를 변경해 줄일 듯하다. 알루미늄과 유리를 플라스틱 같은 저렴한 소재로 변경하면 된다. IT 전문 매체 맥루머스(Macrumors)는 애플이 지금보다 ⅓ 가량 가볍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다만, 당장 올해 출시는 어렵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맥루머스는 아직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조차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2025년을 넘길 가능성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비전 프로 수요가 떨어지자 급하게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 거란 의견이 있다. 수요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량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출하량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대만 TF 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 궈밍치(Ming-Chi Kuo)는 비전 프로 출하량이 70~80만 대에서 40~45만 대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을 포함한 여러 외신에서는 애플이 의도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애플은 처음부터 비전 프로가 많이 팔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출시하면 가격과 무게를 단점으로 꼽을 반응도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은 시장 테스트가 필요했다. 비전 프로는 이미 시장에 있는 AR/VR 기기와 다르다. 애플은 ‘공간 컴퓨터’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이 컴퓨터가 되도록 만들었다. 현실에 디지털 화면을 더하기 위해 패스 스루(path through) 기술이 상시 켜져 있다. AR/VR 기기에 필수적인 컨트롤러 대신, 손과 눈을 추적해 이질감도 없앴다.
제품 출시 후 착용감이 불편하고 가격이 아쉽다는 반응이 많긴 했지만, 성능이 떨어진다는 후기는 거의 없었다. 출시 직후 각종 SNS에서는 ‘지금은 낯설어도 에어팟이 그랬듯 곧 모든 사람이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애플은 사용자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고급형 비전 프로 2를 잠정 중단하고 저가형 비전 프로를 준비 중인 이유다. 추후 많은 사용자가 공간 컴퓨터를 경험하면 그때 비싼 비전 프로 2를 내놓지 않을까 싶다.
다만, 출시 시점은 미지수다. 저가형 비전 프로가 2025년 말에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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